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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의 친구들

산과 양과 경복궁역에서 만났습니다. 나는 전혀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고요. 근데 그건 늘 그렇습니다. 그곳에서 양은 여름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산은 흰옷을 입고 있었어요. 우리는 중국집에 갔으며...... 나는 양의 여름 원피스를 칭찬했고, 그리고 산이 휘젓는 팔에 코가 세게 부딪혀서 무척 아파했습니다. 그런 것들은 첫 번째 만남의 일이었지요.

오늘은 두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오늘은 여름인데 펠트 모자를 쓰고 오다니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아주 많이 추워졌지요, 그래서 두꺼운 외투를 가지러 갔다 오느라 늦었답니다.

말들은 걸어 지나가고, 세 사람은 계속 걸었고, 그런데 가끔 고양이를 말하면 고양이가 두 마리 튀어나오는 골목이 있었고, 양은 사과의 이름을 면밀하게 알려주었고, 산은 아무 열매를 가리키며 그것을 블루베리라고 했습니다.

햇빛이 고르게 표면에 닿을 수 있는 카페에 앉아있었던가요? 얼굴이 무척 따뜻했습니다. 우리들 사이로 무엇인가가 지나가기도 했던가요? 그것은 바람이었거나, 아니면...... 천사였을테지요. 천사가 나오는 글은 어쩐지 다 괜찮게 느껴집니다.

천사가 지나가고

이제 만사가 더 분명해 보이고
매 순간이 더 낫고 덜 중요할 때 *

어디가 찔려서 무엇이 새어나오고 있는 걸까요? 그 가여운 주머니쥐와 같은 감정들은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요?* 그런 말들은 하지 않았지요.

그렇지만 산책에서 사랑의 친구들, 이라는 간판은 두 번 나타났습니다. 친구들의 웃음은 벽지에서 양각으로 표현된 무늬처럼 부드럽게 튀어나와 만져질 것 같은 것들이었지요. 어쩐지 그런 것들이 중요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우리 셋은 언덕을 내려가며 가까이 갈 수 없는 곳에 있는 경비실을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있었고, 벽에는 반쯤 잘린 액자가 걸려있었지요. 너무 멀리 있었기 때문에 어떤 그림이 그려져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슬픔은 아니었지요.

우리는 공원을 가로질러가고, 공원에는 또 다른 세 사람이 앉아있었습니다.

 

공원에 앉은 세 사람을 보자, 멀리 떨어진 어떤 날에 우리는 오래된 친구들이 되어 공원에 앉아서 오래된 침묵 속에서 같은 종류의 공포를 천천히 쓰다듬게 될 것이라고, 간결한 예감과 믿음 사이에서 세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는 말이 도착했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기쁨도 슬픔도 아닌 어떤 것이 생겼습니다. 

 

나는 그런 일들이 나에게 일어났다는 단순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산책의 끝에서 양이 물었습니다. 종묘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우리들 중 종묘에 가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보지 않았지만 지도를 만들었다고, 그래서 종묘를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다고, 산이 말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한쪽 벽이 다른 한쪽 벽면을 보면서 뭐라고 했게요? 
모퉁이에서 만나자!*

다음엔 거기에서 만납시다. 친구들, 그때까지 건강히!

 

 


*로베르토 볼라뇨, <지옥의 열람실에서>
*샐린저, <아홉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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