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시간
니나는 이 오후의 비밀을 알고 있다. 니나는 이 오후가 되면, 자신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것을 안다. 절반이 사라졌다고 해서 몸이 특별히 가벼워지지 않지만, 니나는 어떤 가벼움을 느끼면서 커피숍에 간다.
니나는 커피숍에 도착한다.
니나의 앞에는 연인이 앉아 있다. 니나는 앞에 앉은 연인, 혹은 모르는 이의 커피잔을 바라본다. 커피의 표면에서 연인, 혹은 전혀 모르는 이의 얼굴이, 그런 것을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면, 검은 바탕에 얼굴의 표면이 펼쳐지고 흔들리고 그것은 전혀 고정되지 않고, 니나는 커피잔 속 커피의 흔들림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 순간에 이해할 것이다.
니나는 받아들일 것이다.
니나는 자신의 커피잔 위로 몸을 기울였고, 커피의 표면에는 아무 것도 비치지 않았다. 아름다운 어두운..... 니나는 아무 것도 비치지 않는 아름다운 어두운....을 보며 편안함을 느낀다. 그 순간 발치에 깔린 카페트는 부드러워지고 수북해지고...... *
앞뒤없이, 위아래 없이, 페이지의 표면이 물의 표면처럼 움직이는, 통합되지 않는 평면들이 전개되는 가운데 니나는 커피숍에 있는 거울에 쓰여진 문구를 본다.
질서는 편한 것, 아름다운 것, 자유로운 것
그 문구를 보며 어디선가 눈물이 흘렀다. 앞에 앉은 사람은 많은 것을 주거나 빼앗아 갔는데 니나는 그것들의 목록을 작성할 수 없다.
커피잔 속 커피를, 그것을 커피라고 불러도 좋다면, 그러나 그것은 아무리 해도 커피가 맞을 것인, 바라보다가 그것이 식기 전에 마셔버린 니나의 얼굴은 어땠을까? 교환되지 않은 유일한 것을 마셔버린 니나는........
어떤 가벼움이 니나에게 쌓여갔지만, 니나가 결코 무거워지는 일은 없었다.
* 하정, <아이스크림 앤 티타임>
**전시 <re:balancing>에서 강동호의 그림 <Two cups>를 보고 썼습니다.